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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산 노란 망고 (THAILAND MANGO) 이야기

by 푸해행 2024. 1. 3.

엊그제 오랜만에 엄마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하루 온종일 장사하며 힘겹게 돈 벌고 계신 우리 엄마, 목소리 너머 기운이 없는 축 쳐진 대답을 들었다. 성인이 되고 돈을 벌기위해 따로 독립해서 살고 있는 나는 돈 버는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라며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자산을 늘릴지 매일 머리 싸매며 두통에 시달리고 있던 때였다. 엄마를 불렀는데 엄마는 장사를 마친뒤라 에너지가 바닥나 있는 상태셨다. 맺힌 한을 받아줄 누군가 없는 느낌이였다. 엄마에게 기운을 드리지 못할망정 왜 그렇게 엄마는 힘들게 돈을 벌고 있으며 자기 건강도 챙기지 못하고 계시는지 답답하고 속이 터질 것만 같은 마음이 꽉 막힌 20대 중반 들어 내가 자주 느낀 기분이였다.

지금 이대로 부모님을 탓하고 원망하고 자책해도 달라지는게 없는 걸 아는 나 이기에 오늘도 속마음 깊이 꾹꾹 눌러 담는다. 요즘엔 퇴근하도도 눈물이 가끔씩 난다. 어느날엔 나이드신 할아버지가 자식이 버스정류장에 배웅해주셔서 지팡이 짚으시고 차에서 내리시는데 저벅저벅 다음 버스를 기다리시려나 보다 했는데 오른 쪽 한 번 보고 전광판이 없는지 싶어 다시 왼쪽을 보시는데 그 짧은 순간이 슬로우모션처럼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웬만한 젊은이들은 두리번두리번 거린다면 할아버지는 고개를 돌리는 것 몸을 가누는것 조차힘겨워 보이셨다. 나중에 나도 나이가 들거나 우리 엄마도 그러실 거 같아서 퇴근길 버스 타는 내내 그 생각하며 눈물이 핑 돌았다.

아무리 엄마가 미워도 짜증내도 화가나도 한결같이 고마운 엄마, 과일을 좋아하는 우리 엄마, 그런 엄마를 닮아 과일을 좋아하는 나, 엄마가 갑자기 자기 노란망고가 먹고싶다고 보내달라고 하셨다. 매번 내가 처음 스무살에 자취할 때 진미채, 시금치무침, 멸치볶음, 김치, 고기, 그린망고, 코끼리망고, 김, 엄마의 김치찌개 등등 택배로 자주 보내주셨다. 나는 받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어느정도 벌이를 하고 있는 나로써 엄마가 좋아하고 먹고 싶어하는 과일이 있으면 바로 맛있고 리뷰 평이 좋고 상품이 좋은 걸로 골라서 엄마 집으로 주문을 넣는다. 그럴 때면 뿌듯하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선물로 현금도 좋지만 마음 담아서 좋아하는 물건을 드리는 것이 참 좋은 요즘이다. 온라인 쿠팡에서 주문하면 1~2일 걸린다는 게 요즘 얼마나 편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태국에서 먹었으면 당도 높고 달달하고 싸게 먹을 수 있는데 직접 태국에 가지않나도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다는게 감개무량하다.

태국이 고향인 우리 엄마 타지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제는 먹고싶은 것 하고싶으신 것 마음대로 하시며 편하게 즐기다가 가셨으면 좋겠다. 망고가 도착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망고 잘 받았냐고 어떠냐고 물었는데 첫 마디가 “에잇, 셔 태국 노란망고인데 셔!” 라고 하는게 계속 생각난다. 너무 먹고싶은 노란망고라서 당연히 달고 후숙할 필요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줄 알았더니 겨울철에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가 후숙해서 먹어야되는 걸 당연히 몰랐던 우리 엄마 다행이도 싱싱하고 잘 후숙하면 달달하게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비쥬얼이였다. 웃긴 건 지금 아직도 후숙중이다.

노란망고라고 생각하는 이미지의 맛은 달콤하고 상큼해야하는 맛있데 껍질만 노랗고 안에는 덜 익은 너무 상큼상큼만 있어서 역시 한국에서 먹는 건 감안해야하는 건가 싶었다. 그래도 후숙하면 달달하고 잘 익은 맛있는 망고겠지 시간이 들겠지 빨리 먹고 싶어도 인내해야하느니라 참는자에게 복이 있을지어다 내가 우리 엄마를 잘 아는데,, 우리 엄마는 참을성이 없다. 다른 나라 노랑 망고 보내달라그러신다. 애플망고? 베트남 망고? 진짜 망고 속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분명 엄마가 오더한건 태국 노란 망고 였다는 것,, 엄마랑 통화하면 하루가 힘들어서 빨리 가는 느낌이다. 또 두통온다 오늘 이만 전화 끊어야지. 가족은 원래 안봐야 애뜻해지고 잘 살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잘자요.